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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향기날리고(전주 한옥마을 수채화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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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16일부터 12월 31까지
서울 GalleryAG에서 열리는 처방展에 초대되어 출품하였습니다
갤러리AG의 기획초대전 “처방展”은 18명의 의사들이 의술이 아닌 예술로써, 처방과 치유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전시입니다.
성형외과의사 한기환은 언청이 환자를 모델로 브론즈 작업을, 외과의사 노상익은 수술방의 차가운 푸른빛의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내며, 영상의학과 의사 정태섭은 사진기없는 사진인 X-ray Art를 선보입니다.
홍대의 이색공간으로 더 유명한 제네럴 닥터는 문화공간으로서 병원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특한 진료실 현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오는 설치작업을 선보입니다.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 10곳을 넘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치료를 받지 못한 한 소년의 기사를 접하고 안타깝고 냉혈한 현실을 단편 영화로 제작한 주연상의 작품도 인상적입니다.
직접적인 병원현장의 이야기 이외에도, 민화, 사진, 페인팅의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선보입니다. 전시 축사로 함께 참여한 이성낙 총장(가천의대 전 총장)은 2009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의사로서 최초로 조직위원장이 되는 등 예술분야에 의사들의 입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의학이 어떻게 예술성을 가지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그들의 등장에 눈길을 끌게 합니다. 장르와 지역을 뛰어넘은 18명의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최초의 처방공간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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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아름다운 사색 공간 <처방展>
해마다 봄이면 설렘을 안고 벅찬 가슴으로 대학 교정에 들어서는 새내기 후배들을 맞이하는 선배들의 뜨거운 열기가 캠퍼스 곳곳에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각종 동아리회원을 유치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대학 생활 문화의 한 단면이며, 결실의 계절 가을에 여러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축제가 뿜어내는 젊음의 향기를 만끽하는 모습은 대학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문화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활발한 대학교 동아리 중에서도 특히 의과대학생의 동아리 활동이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는 생각을 한다. 수화手話를 배워 청각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수화 동아리를 비롯해 다양한 봉사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봉사 동아리, 그리고 자신의 취미와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연극 동아리, 사진 동아리, 팝 음악 동아리, 오케스트라 동아리, 미술 동아리 등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은 커리큘럼 밖의 ‘인성 교육 프로그램 대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시절 문화를 즐기면서 배워가는 빼놓을 수 없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9월, (주)안국약품이 전시 공간 ‘Gallery AG’를 마련한 데 대해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술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감동과 더불어 고마운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은 문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에서 (주)안국약품이 전하는 ‘솔선수범 정신’과 ‘발상의 전환’이라는 기업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10월 6일부터 12월 30일까지 Gallery AG에 기획‧전시될 <처방展>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의사들이 학창 시절 동아리를 통한 ‘문화 배움’이 자연스럽게 연결·표출되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흐뭇하고 설렌다. 더욱이 전시 작품의 다양성이 아주 놀랍다. 진료실과 수술실 안팎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의료 현장 사물에 대한 예술적 재해석과 의창醫窓 밖 현장의 삶을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작품에 옮기기도 했고, 순수미술 경지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열정도 엿볼 수 있다. 참으로 조용한 움직임이 아주 크게 느껴지고 크게 보여서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마음 그지없다.
이번 기획‧전시 <처방展>을 준비하면서 세심한 배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은 Gallery AG 관계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바쁜 진료 시간을 쪼개가면서 아름다운 사색 공간인 <처방展>에 적극 참여한 동료 의사들에게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2009년9월
이성낙 (KIAF 조직위원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
처방으로서의 예술
병의 치료를 위해 증상에 따라 약을 짓는 것을 ‘처방(處方)’, 혹은 ‘처방전(處方箋)’이라 한다. 의학용어로 많이 쓰이는 처방은 ‘일정한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 또는 ‘잘못이나 결함을 고쳐서 바로잡으려는 대책’ 등 일상용어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신진작가를 발굴, 지원하고 동시대 사회·문화적 이슈를 미술을 통해 지적해온 갤러리AG가 가을 기획전, <처방전(處方展)>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그동안 병·의원에서 듣거나 보아온 처방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치료 목적의 ‘의학적 처방’이 아닌, 복잡한 세상사에 대한 ‘예술적 처방(art-medicine)’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예술적 처방이 기성 작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가들은 모두 실제 병·의원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의사들이다. 이들은 의사가 아닌 초대작가로서 당당히 이번 <처방전>에 참여했다. 따라서 작가로서 이들이 경험하고 담아낸 삶의 풍경과 예술적 처방을, 의사로서의 전공과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전시 제목이 이색적(?)인 이번 <처방전>은 발상의 기발함보다 참여 작가들의 처방이 의술(醫術)이 아닌 예술(藝術)로서 내어 놓은 예술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의술(醫術)과 예술(藝術)은 모두 ‘술(術)’이라는 단어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술’의 의미 속에는 ‘테크네(techne)’라는 희랍어원이 들어 있다. 당시 테크네는 ‘테크닉’, ‘테크노피아’와 같은 요즘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롭지만, 일정한 법식(法式, rules)을 지닌 특별한, 훌륭한 ‘기술’을 의미했다. 의술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구체적 대상으로 한다면, 예술은 널리 세상을 향하여 말하는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이 치유와 위로의 기능을 갖는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의 정의와 기능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예술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치유와 위로일 것이다. 이 경우 그것은 종교와 닮아 있으며 의술이 지향하는 것과도 같다. 의술과 예술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몸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또 시사해 왔다는 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예술이 시대에 따라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비교, 분리, 결합시켜가며 때론 신성한 것으로, 불경한 것으로, 때론 욕망의 대상으로 미화시키거나 폄하해 왔다면 의술은 몸을, 신체를, 육체를 정신과 분리시키지 않아 왔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만큼 다양하게 이루어진 것도 없을 것이다. 철학적, 의학적, 인류학적, 생물학적, 미학적인 차원의 폭넓은 연구와 논의가 있어 왔다. 이번 전시는 몸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직 의사들이 경험한 진솔한 삶의 풍경이자 그 삶에 대한 예술적 처방이다. 출품 작가들은, 나름의 작업을 통해, 첨단과학의 시대일수록 자신과 타인의 몸에 대한, 몸을 둘러싼 이런저런 것들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과 이해, 배려가 더욱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어 보인다. 최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텔레비전이나 통신을 이용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는 ‘원격(遠隔)의약처방’, 텔레메디신(tele-medicine)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은 고마운 일이지만, 갈수록 그리운 것은 어머님의 ‘약손’이 아닐까? 이번 <처방전>은 평소 병원에서, 의사의 입장에서 의술로서 행해온 의학적 처방과, 삶 속에서 작가로서 담아낸 예술적 처방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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